강아지 산책 쉽지 않다.

길거리에 반려견과 견주가 마치 한 몸인 듯 도심을 걸어다니는 산책.

여유로움도 보이고 느긋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반려견과 저렇게 산책을 할 수 있을거라 모두들 꿈을 꾸겠지만 사실 이게 정말 쉽지 않다.

 

참깨와 가족이 된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제야 좀 함께 돌아다니는게 수월해 졌다.

처음 산책을 나갔을때 발생한 문제는 바로 얼음모드.

얼음이 되어 움직일 생각도 안하며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여준 참깨

특히 안지기와 함께 같이 셋이서 산책을 하면 줄곧 걷는 모습을 보였지만 홀로 데리고 나가면 더욱 움직이기를 거부했다.

여기에 더해서 안지가가 데리고 나갔을때 보다 내가 데리고 나가면 정말 움직이지 않았다.

 

왜 셋이 나가면 걷고 둘이 나가게 되면 얼음모드일까?

고민하다 안지기와 내린 결론은 “아무래도 한 사람이 데리고 나가서 참깨를 버린 것 같다” 였다.
부부나 둘 이상의 가족이 키우다가 한 사람이 데리고 나가서 버리고 온 기억 때문에 셋이 나갈때만 그나마 잘 걷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된 것이다.

 

일단 초반에는 가능하면 셋이 함께 산책을 나갔다.

내 강아지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따라올거라는 기대는 금방 접게 되었다.

그나마 소음이 덜한 공원을 가면 참깨도 여유를 가지면서 걷는 듯 했으나 도심에서는 긴장을 하며 자기가 돌아가야 하는 길을 계속 암기를 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인도로 지나가는 오토바이, 차도의 자동차 경적소리, 뒤에서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게 다가오는 자전거와 전기자전거 그리고 많은 인파..

우리의 일상인 이 모든 것들이 참깨에게는 긴장을 일으키는 요인이였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역시 계속 이런 상황에 노출시키는 방법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참께가 긴장을 많이 하면서도 접근하는 사람을 향해 짖거나 다른 강아지들을 보고 짖지는 않는 점이였다.

 

이렇게 셋이 함께 나가는 산책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고 난 이후 둘이 나가는 산책에 대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시작했다.

그나마 안지기가 데리고 나갔을때에는 어렵지 않게 문제가 해결이 되었다.

큰 문제는 바로 나와 함께 나가는 거였다.

나와 나가면 정말 안움직였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무슨 일이야 하면서 웅성되는 것도 쳐다보는 것에도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자가 버린 듯 했다.

바짝 얼어서 집 방향으로 언제든 갈 준비를 하는 참깨.

역시 방법은 계속 이런 상황에 노출시키는 방법 밖에 없었다.

일단 사람과 차량이 그나마 적은 새벽 시간에 데리고 나갔다.

업무상 새벽에 일을 하는 관계로 새벽에 담배를 피우러 나갈때 마다 데리고 나갔다.

참깨는 역시 얼음모드, 나는 좀 떨어져 담배를 피우고 집에 들어왔다.

이렇게 나갔다 집에 들어오면 참깨는 신나는지 집안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몇일 만에 해결이 되었을까? 아니다.

몇 주가 걸린 듯 하다.

물론 이 기간 중에 셋이 함께 나가거나 안지기가 데리고 나가면 잘 걸었다.

이렇게 이 주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참깨가 쉬를 했다. 물론 걸어다닌 것은 아니고 제 자리에서 이리저리 냄새를 좀 맡더니 쉬를 했다.

냄새를 맡고 쉬를 했다는 것은 상당한 희망을 주었다.

계속 꾸준히 새벽에 나갔다.

그랬더니 한가지를 더 하기 시작했다.

쉬도 싸고 똥도 싸고..

하지만 여기까지 였다.

쉬하고 똥싸면 볼 일 다보았다 집에 가자는 식으로 알아서 집쪽으로 걸어갔다.

이때부터는 말로만 듣던 똥셔틀을 하게 된 것이였다.

이 이후부터는 새벽에 담배 피울때마다 데리고 나가던 것을 이제는 한번 정도 똥셔틀을 해주는 것 처럼 데리고 나갔다.

 

이렇게 계속 나가던 어느 날..

역시나 쉬를 싸고 나서 냄새를 맡길래 똥을 쌀려나 했는데..

냄새를 맡으면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참깨.

드디어 나와 나왔을때에도 여기저기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냄새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 달 넘게 실랭이 끝에 걷기 시작해서 그 이후부터는 내가 데리고 나가도 곧 잘 걷게 되었다.

 

이렇게 그나마 산책하기가 수월해진 참깨

다시한번 고비가 온다, 바로 겨울.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산책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옷을 입혀도 소용이 없었다.

닥스훈트 단모종이 추위를 많이 타는 것은 알지만 참깨는 극도로 추위를 싫어한다.

2월에 보호소에서 데려온 참깨, 제일 추운 1월에 추위를 떨면서 돌아다녀서 그런 듯 했다.

그래서 추운 날에는 산책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물론 이 때문에 참깨의 체중은 더 늘어났다.

 

추위가 물러나고 따듯해진 요즘, 참깨와의 산책은 정상화 되었다.

나가면 최소 30-40분은 걷다가 들어오게 된다.

어플을 통해 보면 2~3 Km 정도 걷는 듯 하다.

물론 대형견처럼 옆에 딱 달라붙어 견주와 보조를 맞추는 산책은 아니다.

자기가 자신있는 곳은 앞장을 서서 짧은 다리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 가며 닥스훈트 특유의 근육이 많은 엉덩이를 한 없이 쳐다보게 만들고, 자신 없는 곳(으슥하거나 못 들어본 소리가 나는 곳 등..)으로 가면 옆에 바짝 붙어서 걸어간다.

내가 뛰면 보조를 맞추어서 함께 뛰기도 하고 줄에 텐션을 주면 걷는 속도도 줄여주고 이제는 제법 참깨가 잘 맞추어 주고 있다.

물론 나 저 곳으로 갈거야 하면서 버티면서 닥스훈트의 고집도 한번씩 보여준다.

 

몇일전 따듯한 햇살과 봄바람이 좋던 날

산책 중 벤치에 앉아 함께 둘이 멍하니 세상 구경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

 

반려견과 함께 하면 좋은 것은 이런 작은 것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벤치에 함께 앉아 있었던 것 뿐인데, 흐믓함을 느끼게 해주는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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